상명대학교박물관 유물을 만나다 (91) 먹
- 작성자 학예사
- 작성일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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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는 2018년 상명대학교 박물관 소장 유물 특별전 <문방사우 : 선비의 네 벗> 특집 ‘유물을 만나다’ 코너에서 세 번째로 먹을 소개한다. 먹을 뜻하는 한자인 ‘묵(墨)’ 자는 ‘검을 흑(黑)’과 ‘흙 토(土)’를 합한 글자로, 고대 중국에서는 천연의 석묵(石墨)에 옻을 섞어서 사용했었고, 한나라 이후부터 소나무나 기타 식물의 기름을 연소시켜 생긴 그을음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개량·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陶宗儀)의 『철경록(輟耕錄)』에 고구려 고분 벽화인 안악 3호분과 모두루묘지(牟頭婁墓誌)에서 묵서명(墨書銘)이 발견되었고,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담징(曇徵, 579년~631년)이 먹의 제조 방법을 일본에 전해주었다는 기록 등으로 보아, 우리나라는 삼국시대에 이미 먹의 사용과 제작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먹은 그을음을 얻는 원료 물질에 따라 소나무를 직접 태워 생성된 그을음으로 만드는 송연묵(松煙墨), 식물성 기름을 태워 생성된 그을음으로 제조된 유연묵(油煙墨)으로 대별되는데, 송연묵은 주로 글 쓰는 데 사용하였고 유연묵은 그림용으로 많이 사용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많아 송연을 얻기가 용이하여 품질이 우수한 먹을 생산할 수 있었는데, 현재 일본 나라(奈良)에 있는 고대 왕실 창고인 쇼소인(正創院)에는 삼국시대에 전해진 신라의 먹이 소장되어 있으며, 이 먹들 또한 모두 송연묵이라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황해도 해주와 평안도 양덕에서 제작된 먹이 높게 평가되었고, 특히 평안도의 양덕에서 만든 먹은 송연묵으로서 향기가 좋기로 이름이 높았으며, 중국의 황산 등지에서 제작되어 수입된 먹도 명품으로 여겨져 애용되었다고 한다.
먹의 색은 주로 검은색이지만, 용도에 따라 붉은 먹이나 여러 색깔을 내는 먹도 있고, 형태도 직사각형을 기본으로 원형, 다각형 등 다양하다. 각 면에 먹의 이름이나 제작처, 명문을 써넣거나 그림으로 장식하는 경우도 있고, 겉면에 여러 가지 채색을 더하여 화려하게 꾸밈으로써 소장품으로서 가치를 더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