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을 만나다 (24)연병(硯屛)
- 작성자 학예사
- 작성일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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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병은 벼루 주변에 놓는 작은 병풍이다. 벼루에 먹을 갈아 쓸 때 먹물이 함부로 튀지 않도록 벼루 주변에 놓아 일종의 가리개 역할을 하거나, 벼루와 짝을 이루어 장식으로 놓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드물지만, 중국에서는 벼루와 함께 일반적으로 사용하되, 필가(筆架)를 겸하는 형태도 있다.이 연병은 돌과 나무로 제작되었고, 돌을 다듬어 나무틀에 끼워 고정하였다. 연병에 조각된 풍경은 사실적인 모습과 이상향이 함께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사실적인 표현으로는 이층으로 된 전각과 누각, 민가로 보이는 집들이 소나무, 버드나무와 어우러져 있다. 건물들은 모두 중국식의 가옥 형태로 이층전각은 팔작지붕, 민가는 맞배지붕에 가깝다. 이상향을 표현한 풍경은 배경으로 표현되었는데, 배경 전체를 강으로 인식하고 그 가운데에 바위절벽과 산, 배를 탄 사람들을 조각하였다. 산과 강 속에서 노니는 한 척의 배는 문학작품이나 고사(古事) 등의 주제를 표현한 작품에서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사실적이라기보다는 관념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은일(隱逸), 자연과의 합일, 휴식 등 동양의 자연친화적인 내용을 포함한다. 이러한 ‘관념적인 배’는 중국을 비롯하여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현실과 이상향을 연결시켜주는 고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 연병 화면의 공간 구성도 사실보다는 이상에 더 무게를 두고 표현된 것으로 생각된다.
문방사우(文房四友)가 고매한 선비의 벗이 된 것처럼 이 연병 또한 지필묵연(紙筆墨硯)과 함께 이상향에 살고자 하는 선비의 또 하나의 벗이 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