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학교박물관 유물을 만나다 (74) 화각함
- 작성자 학예사
- 작성일 2019-02-11
- 조회수 6549
화각함(華角函)은 소의 뿔을 얇게 펴서 자른 우각판(牛角板) 안 쪽 면에 광물성 안료(顔料)로 무늬를 그린 다음, 나무로 만든 소형 상자 위에 붙여서 장식한 것을 말한다. 화각(華角)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된 공예기법으로 바다거북 등딱지인 대모(玳瑁)로 장식하는 기법을 대신하여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함(函)의 형태는 정방형 또는 장방형 등으로 단조로우나, 뚜껑과 몸체 전면과 모서리까지 장식이 풍부한 특징이 있다. 자개(螺鈿:조개껍데기)·죽장(竹欌:대나무)·교피(鮫皮:말린 상어가죽)·자수(刺繡) 등과 같이 화려한 재료를 사용하여 다채로운 문양을 넣은 것을 비롯하여 금구(金具) 장식이 많은 것이 있다. 재료로는 가볍고, 방습과 방충에 강한 오동나무나 결이 고운 소나무·은행나무·배나무를 많이 사용한다.
이 소장품은 계당 배상명 선생님의 수집품 가운데 하나이다. 형태는 장방형으로 뚜껑이 있다. 몸체 전면에는 붉은 색 바탕에 꽃과 나무, 그리고 놀이문화 등을 그려 넣었다. 모서리에는 우각판이 들뜨지 않게 여의문과 놋쇠장식을 둘렀으며, 물고기 자물쇠를 채워 화려함을 더하였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면에는 성인 남자들의 놀이 모습을, 옆면과 뒷면에는 아이들의 공부하는 모습과 함께 연날리기, 널뛰기, 제기차기, 공기놀이 등이 그려져 있다. 바닥면에는 우물가에서 물을 깃고, 그네를 타거나 나무에 걸터앉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여인들의 모습 등이 그려져 있어서 마치 조선시대 풍속화첩을 보는 것 같다.